1. 서 론
기후 위기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심화되고 있다. 2024년 1월부터 9월까지의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4 (±0.13)℃ 상승한 것으로 보고되었으며[1], 이는 지구온난화 1.5℃ 억제 목표의 조기 달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농업 부문에도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기온 상승과 이상기상 빈발로 인해 작물의 생육이 불안정해지고, 품질 저하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2].
한편, 농업·임업·토지이용(AFOLU) 부문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3%를 차지하고 있으며[3],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이 부문은 아산화질소(N2O), 메탄(CH4) 등 온난화지수가 높은 고위험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특성을 지닌다. 이에 따라 농업의 기후변화 대응은 단순한 감축을 넘어, 적응과 완화를 병행하는 구조적 전환이 요구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는 농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가능성을 정량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중심으로 한 평가 체계는 생산부터 소비·폐기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정책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해야 할 국내 농산물의 LCA 연구는 여전히 단위 공정 중심의 분석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cradle-to-gate 범위에 한정되어 있으며, 유통·소비·폐기 단계를 포함한 cradle-to-grave 방식의 적용은 제한적이다. 더불어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면적(ha) 기준의 배출량 산정을 적용하고 있으나, 실제 농산물은 개수 단위로 유통되기 때문에, 소비자 대상 탄소정보 전달이나 정책 적용 측면에서 간극이 발생하고 있다.
본 연구는 향후 cradle-to-grave 수준의 정밀한 전과정평가 수행을 위한 기초 단계로서, 생산 단계에 해당하는 cradle-to-gate 범위의 분석을 수행하였다. 특히 기존의 농가 보고서, 인터뷰, 설문 등 간접 수집 기반 데이터가 가진 정밀도·신뢰성·재현성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실측 기반 데이터를 활용한 정량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는 향후 LCA의 정확도 고도화와, 지역 맞춤형 배출계수 구축에 있어 중요한 기반 자료로 기능할 수 있다.
본 연구는 고랭지 배추 생산 사례를 바탕으로, 기능 단위의 다양성과 정책 연계 가능성을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 연구 목표를 설정하였다.
첫째, 생산 단계에서의 농자재 생산, 재배, 수확, 포장 전과정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량적으로 산정하고, 주요 배출원(hotspot)을 식별한다.
둘째, 개수(1포기), 무게(1 kg), 경제적 가치(1,000원당) 기준으로 배출량을 환산함으로써, 기능 단위의 다양화가 탄소정보 제공과 정책 활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셋째, 고랭지 특성에 기반한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후 적응형 기술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분석하고, 저탄소농산물 인증제도와의 비교를 통해 제도 개선 방향성과 LCA 체계 고도화의 필요성을 도출한다.
2. 재료 및 방법
이번 연구는 배추(고랭지역)의 농자재 생산단계에서 재배단계까지의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를 수행하였다. ISO 14040(2006)[4]과 ISO 14044(2006)[4]을 기반으로 하며, 탄소발자국 산정을 위한 ISO 14067(2018)[4] 및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 농산물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위한 공동지침 및 개별지침(2025)」(이하 공동지침 및 개별지침)[5]을 중심으로 정량적 평가를 수행하였다. 이러한 LCA 표준을 기반으로 탄소발자국을 산정하기 위해 목표 및 범위 설정(goal and scope definition), 전과정 목록분석(life cycle inventory, LCI),. 전과정 영향 평가(life cycle impact assessment, LCIA), 결과 해석 및 검증(interpretation) 순으로 진행되었다.
본 연구는 평가의 정밀도와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 품질 요건으로는 시간적 적합성, 지역적 적합성, 기술적 적합성과 대표성, 완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였다. ISO 14067 (2018)은 제품의 실제 운영 조건을 반영하기 위해 1차 데이터(primary data)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자는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용평면의 농지에서 직접 재배 설계를 수행하고, 동일한 조건에서 1차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지역적 적합성을 고려하여 본 연구에서는 전국 고랭지 배추 재배 면적의 약 90.1%를 차지하는 강원도 지역 중, 평창군 내에서 최대 재배 면적(953.1 ha)을 보유한 용평면을 대상지로 선정하였다[6]. 데이터 수집 기간은 2024년 4월 8일부터 9월 27일까지 1기작 기간이다. 실제 재배에 사용된 작물보호제나 비료 투입 기술은 작물 생육 상태에 따라 지역 농협, 자재상인, 지역 농민의 도움을 받아 현장에서 통용되는 일반 농사법을 반영하였다. 기능 단위는 ISO 14067(2018)에 근거해 상품성 있는 배추 1포기(1 kg 이상, 평균 2.16±0.96 kg)로 설정하였다. 기술적 경계는 배추 재배 기술로 비료 및 농약 제조, 자재 생산·운반 등의 주요 투입재와 에너지 사용을 포함하되, 간접적인 또는 미미한 영향의 항목은 기술적 경계 외로 하였다. 데이터 및 배출계수는 (1) 최신 개정된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의 공동지침 및 개별지침, (2) 동일 공정의 국가공인 데이터, (3) 유사 공정에 대한 Ecoinvent 3.1.1 데이터, (4) 생산공정이 유사하거나 화학적 물리적으로 유사한 데이터 순으로 적용하였다.
시스템 경계는 ‘cradle-to-gate’로 저탄소농산물 인증제 공동지침과 개별지침을 기반으로, 농자재 생산단계와 농산물 재배단계를 포함한다(Fig. 1). 이때 재배 단계는 객토, 녹비작물 재배[7] 후 토양 혼입, 배추모종 정식 및 생육관리, 수확까지이다. 이때 수확 단계는 배추를 포장에서 절단하여 선별하고, 출하용 박스에 담아 농장 내 적재 장소에 운반·적재하는 작업까지 포함한다. 농자재 생산단계에는 비료, 작물보호제, 에너지, 농업용수, 기타 자재의 생산 및 운송이 포함된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라 2010년 중반대부터 새롭게 보급되고 있는 관수자재인 스프링쿨러와 물통, 그동안 산정에서 주목받지 않은 철로 된 감자파종기, 밧데리를 이용한 전동 분무기 등의 농자재도 시스템경계에 포함하였다.
전과정 목록분석(LCI)은 시스템 경계 내의 모든 투입물과 산출물, 배출 항목을 식별하고 정량화하는 단계로, 본 연구에서는 배추 1개를 기능 단위로 설정하여 모든 데이터를 동일 기준으로 정렬하였다. 데이터 산출 시 모든 항목은 동일 단위로 환산하고, 탄소배출량은 이산화탄소 환산값(CO2-eq)으로 계산하였다. 또한 시스템 경계 내 포함 여부를 철저히 검토하였으며, 배출량 중복 산정을 방지하기 위해 각 공정별 경계 조건을 교차 확인하였다.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용평면 용전리(해발 551 m) 시험포에서 진행한 데이터 수집 과정 및 내용은 Table 1과 같다.
배출량 산정은 공동·개별지침에서 제시하는 계산식을 우선적으로 적용하였으며, 지침에 포함되지 않은 투입재에 대해서는 국가 배출계수 또는 ecoinvent 배출계수를 국내 기준에 맞게 보정하여 적용하였다. 식 (1)은 투입물에 대한 배출량 계산식 사례로, 질소계 비료 시용으로 인한 아산화질소(N2O) 배출량을 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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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2: Greenhouse gas emissions from soil due to nitrogen fertilizer application, expressed as CO2-equivalent (kg CO2-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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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14: Molecular weight conversion factor from N2 to N2O (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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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fert: Amount of fertilizer i applied (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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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N: Nitrogen content of fertilizer i (fraction of effective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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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i,Dry: Dry matter content of fertilizer i (dimension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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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2-Soil: Emission factor for N2O emissions from soil per unit of N applied (kg N2O-N / kg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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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WPN2O: Global warming potential of N2O based on IPCC AR5 (265 kg CO2-eq / kg N2O)
ISO 14067(2018)에 따라 영향범주는 기후변화(global warming potential, GWP) 하나로 한정하였으며, GWP100 지표를 기준으로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환산지수(kg CO2-eq)로 변환하여 분석하였으며, GWP 계수는 본 연구의 목적 중 하나가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의 실효성 검토 및 개선 방향 제시에 있는 만큼, 실제 배출량 간 비교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개별지침에서 권장하는 IPCC 제5차 평가보고서(AR5, 2014)를 적용하였다. LCIA 단계에서는 전과정 목록분석(LCI)을 통해 도출된 각 온실가스별 배출량을 CO2-eq 단위로 환산한 후, 기능 단위(상품성 있는 배추 1포기, 1 kg 이상, 평균 2.16±0.96 kg) 기준으로 통합 배출량을 산정하여 기후변화영향을 평가하였다. 개별 배추 포기당 배출량은 총 배출량을 실제 수확량(actual harvested quantity)으로 나누어, 식 (2)와 같이 산정하였다.
배출계수는 최신 개정 공동/개별 지침에 명시된 것을 우선 적으로 사용하였다. 부재한 것은 동일 또는 유사 공정에 대해 환경부 및 산업통상자원부 국가배출계수, 국제 표준 데이터베이스 Ecoinvent 3.1.1 순으로 적용하였다. 이는 본 연구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의 개선을 위한 정량적 비교 평가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기존 지침 기반 데이터와의 정합성을 유지하려는 목적에서다. 사용된 농기구, 투입재, 관수 방식 등은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특수 저온비닐(국립특작과학원 개발)과 관행 검정비닐의 재배구 간 수확률과 경제성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모든 공정에 동일한 배출계수를 적용하였으며, 품종 간 생육 특성 차이는 본 분석에 포함하지 않았다.
가축분퇴비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간접배출(부숙 과정 중 CH4 및 N2O 등)은 시스템경계 외 항목으로 분류하여 배출량 산정에서 제외하였다. 지침에 나와 있지 않은 농자재(예: 분무기, 물통 등)는 조달청 공정거리위원회 등에서 제시하는 내구연한[8]을 참고하였다. 생산단계에 포함되는 폐기물 처리 비율은 한국환경공단 국가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통계 최신자료[9]를 활용하였다. 한편, 소규모 농자재의 구매 및 운반은 전체 배출량 대비 기여도가 1% 미만으로 추정되며, 명확한 연료 소비량 산정이 곤란한 점을 고려하여 영향평가에서 제외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고랭지 배추 1포기당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0.9331 kg CO2-eq/포기로 산정되었다.
산정에는 요소비료, 유기질비료, 경유, 전기, 멀칭비닐, 포장재, 관수자재 등을 포함하였으며, 각 항목에 대해 사용량과 배출계수를 곱한 값을 합산하여 계산하였다.
관개 및 분무 등 전기 사용에 따른 배출량은 0.0365 kg CO2-eq/포기였으며, ‘스프링클러 관개 시스템’은 내구연한(2.58년)을 고려하여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였다. 모든 배출량은 저탄소농산물인증제 지침과 같이 IPCC AR5 기준의 지구온난화지수(GWP)를 적용하여 CO2-eq 단위로환산하였다(Table 2, 3 참조).
Type | Parameter | Applied LCI DB | Unit | Main emission source | Emission (kg CO2-eq) |
---|---|---|---|---|---|
Input | Fertilizer (Urea + NPK + etc.) | Korean Guideline + IPCC | kg/cabbage | Fertilizer manufacturing, soil N2O emission | 0.1294 |
Pesticides (Herbicide, etc.) | Korean DB (2023) | g AI/cabbage | Active ingredient production | 0.0027 | |
Mulching film (LDPE) | Korean DB + Ecoinvent | kg/cabbage | Production + incineration | 0.0701 | |
Electricity (irrigation) | Korean EF 2021 | kWh/cabbage | Motor operation | 0.0365 | |
Packaging (cardboard box)[10] | Korean MOF DB | kg/cabbage | Box production | 0.1907 | |
Output | CO2 | Fuel, electricity, material | kg/cabbage | Combustion, manufacturing | 0.814 |
N2O | Soil (fertilizer, compost) | kg/cabbage | Direct soil emission (IPCC Tier 1) | 0.1191 | |
CH4 | – | – | Excluded (cradle-to-gate boundary) | – |
전과정목록분석(LCI)을 바탕으로 도출된 결과, 배추 1포기당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은 0.9331 kg CO2-eq/unit로 산정되었다. 이산화탄소(CO2)의 경우 경유·휘발유 연소, 전력 사용, 플라스틱 및 종이류 자재 생산 등에서 주로 발생하며, 0.814 kg CO2-eq/unit, 전체의 약 87.2%를 차지하였다. 아산화질소(N2O)는 요소비료, 복합비료, 가축분퇴비 등 질소계 자재의 토양 적용 이후 직접배출로 발생하였으며, 0.1191 kg CO2-eq/unit, 전체의 약 12.8%를 차지하였다. 메탄(CH4)은 퇴비화 및 유기물 분해과정 등에서의 발생 가능성은 있으나, 본 연구의 시스템 경계 밖에 해당하므로 배출량 산정에서 제외하였다.
전과정 목록분석을 바탕으로 한 기여도 분석 결과, 전체 배출량 중 에너지 부문은 약 17.1%를 차지하였으며, 이 중 전기 사용(관개 및 분무)의 기여도는 0.0365 kg CO2-eq/포기로 분석되었다. 비료류는 총 24.6%를 차지하였고, 이 중 유기질비료는 약 15%, 무기질비료는 약 9.6% 수준이었다. 농자재 및 포장재는 약 34%를 차지하며, 멀칭필름, 분무기, 장갑, 박스 등 다양한 항목이 포함되었다. 특히 관수자재, 포장재, 요소비료의 3개 항목만으로 전체 배출량의 약 51%를 차지하여, 소수 고배출 항목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hotspot으로 확인되었다.
온실가스별로는 CO2가 87.2%, N2O가 12.8%를 차지하였으며, 이는 N2O의 높은 GWP와 질소 비료 사용의 직접적 연관성을 시사한다.
공정에서는 생육관리단계(growth management stage)가 전체 배출량의 약 51.1%(0.4770 kg CO2-eq/unit)로 가장 높게 나타나, 생산시스템의 탄소배출 hotspot으로 식별되었다. 세부적으로는, 질소계 화학비료(요소, 복합비료 등)의 사용에 따른 직접 토양배출(N2O)과 비료 제조단계의 간접배출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총 0.1791 kg CO2-eq/unit의 높은 배출을 유도하였다. 또한, 스프링클러 기반 관개설비의 제조 및 운영에 따른 연환산 배출량이 0.2022 kg CO2-eq/unit로 분석되어, 시설 자재가 중요한 hotspot 요인임을 보여주었다.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는 국내 농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나, 현행 지침은 주로 cradle-to-gate(생산단계) 범위 내에서 면적당 투입재 절감 중심의 정량적 평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유통 및 소비 단계, 그리고 소비자 단위에서의 탄소 배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며, 이에 따른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본 연구는 기존 제도의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자, 소비자 유통 기준에 기반한 기능 단위(1개 기준)를 설정하고, 보다 세분화된 자재 항목 구분과 실측 기반의 정량 분석 방식을 도입하여 고랭지 배추 생산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하였다.
실측 결과, 고랭지 배추 1포기당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0.9331 kg CO2-eq으로 산정되었으며, 이를 면적 기준(1,000 m2당 2,000포기 수확 가정, 1기작 기준)으로 환산한 값은 약 1,866.2 kg CO2-eq/1,000 m2·1기작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 지침에서 제시하는 면적 기준 평균 배출량인 688 kg CO2-eq/1,000 m2·1기작에 비해 약 세 배에 달하는 높은 수치이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배출량 증가로 해석되기보다는, 보다 포괄적인 산정 체계에 기인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기존 지침에서 누락되거나 고려되지 않았던 다양한 항목이 산정에 포함되었다. 예를 들어, 스프링클러 설치 등 신기술 도입에 따른 자재 사용 증가, 출하 전 단계까지의 시스템 경계 확장(예: 포장재 박스 사용), 파종기, 전동 분무기 등 기계 자재 사용, 객토 및 녹비작물 재배를 위한 연료 및 퇴비 사용, 퇴비 운송 과정에서의 배출량 등이 적극 반영되었다. 이는 배출 요인 전반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산정 고도화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둘째, 실측 조사가 진행된 2024년은 이상기상이 극심했던 해로, 생육 환경이 불량하여 작물보호제의 사용 횟수가 총 15회에 달하였으며, 추비 사용량도 인증제 지침에서 제시하는 기준보다 많았다. 참고로, 일반적인 고랭지 배추 재배에서의 작물보호제 살포 횟수는 5~6회 수준이다. 셋째, 기능 단위 설정 방식의 차이(면적 기준 vs. 개수 기준)와 실측 기반의 정량 산정 체계를 적용한 분석 방법론적 차이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본 연구는 실제 농가 단위의 투입량, 자재 무게, 작업 시간, 실제 출하 무게 측정(실제 생산량) 등을 기반으로 산정하였으며, 이는 인증제에서 주로 활용되는 고정된 배출계수 기반의 추정 방식과는 구체성과 정밀도 면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가진다. 이와 같은 결과는 향후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 운영 방식의 고도화에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제시한다.
첫째, 평가 단위를 소비자 유통 단위와 연계하여, 탄소정보의 실용성과 전달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cradle-to-gate에 머물러 있는 평가 범위를 cradle-to-grave로 확장하여, 생산 이후 단계(포장, 유통, 소비, 폐기 등)까지 포괄하는 전과정 기반 인증 체계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셋째, 실측 기반 LCA 자료의 축적과 배출계수의 주기적 최신화, 지역 및 작형별 변동성 반영 체계 구축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생산 과정에서 투입되는 각종 input 요소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배출 항목의 범위 확대와, 이를 정량화하기 위한 산정 도구 및 계수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농업 기술 발전에 따라 다양화되는 자재 사용과 작업 공정은 정형화된 고정 계수만으로는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 여섯째, 본 연구의 실측 데이터를 통해 생산량 관련 통계의 괴리 문제가 확인되었다. 예를 들어, 실제 생산자가 출하한 배추의 중량은 6 kg이었으나, 유통 단계에서 확인된 동일 품목의 중량은 10 kg으로 나타나 4 kg의 차이가 발생하였다. 이는 통계 작성 과정에서 계량 시점, 단위 기준, 수분 증감, 포장 포함 여부 등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거나, 생산-유통 간의 데이터 연계 체계가 부재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괴리는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의 과소·과대 추정 가능성을 증가시키며, 정책 기초자료로서 통계의 신뢰성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생산-유통-소비 단계 간 데이터 정합성 확보를 위한 기준의 표준화와 통계 체계의 정비가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는 고랭지 배추 재배 시 스프링클러 관개, 전동식 분무기, 소형 모터 등의 작동을 위해 총 73.69 kWh의 전력이 사용되었으며, 저탄소농산물 인증제 지침에서 제시한 기준 전력 배출계수(0.495 kg CO2-eq/kWh)를 적용할 경우 약 36.49 kg CO2-eq의 탄소배출량이 산정되었다. 한편, 동일 작업을 경유 기반 디젤 장비로 대체할 경우를 가정하면, 전력 1 kWh를 대체하기 위한 평균 경유 소비량 0.28 L를 기준으로, 총 약 20.6L의 경유가 필요하며, 이 경우의 탄소배출량은 약 53.21 kg CO2-eq로 추정되었다. 이는 전기를 사용할 경우 대비 약 46% 높은 배출량으로, 농업 부문에서의 에너지 유형이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을 시사한다. 특히 시험포의 경우 인근에 농업용 전기 인프라가 설치되어 있어 전기 기반 관개 및 방제가 가능했으나, 다수 일반 농가에서는 수로 기반 양수 시스템이나 면세유를 사용하는 경유 양수기 및 동력 분무기를 활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장비들은 연소 기반의 직접배출을 유발하며,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전력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배출계수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농업 부문에서의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효율 개선을 넘어, 구조적인 탄소배출 감축 전략으로 작동할 수 있다. 트랙터, 분무기, 운반 차량 등 기존 내연기관 기반 농기계를 점진적으로 전기 기반 장비로 대체하거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경우, 지속가능한 저탄소 농업 구현에 실질적인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1개 기준 배출량은 0.9331 kg CO2-eq/포기로 산정되었다. 중량 기준으로는 0.432 kg CO2-eq/kg에 해당하며, 판매가격 환산 시 1,000원당 0.293 kg CO2-eq 발생하였다, 1 kg CO2-eq당 약 3,445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이었다. 단위별 비교는 산정 방식에 따라 동일한 배출량이 서로 다른 환경적·경제적 해석 결과를 유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배출량의 단위 환산이 단순한 수학적 변환을 넘어 정책, 소비, 인증제도 등 다양한 맥락에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4. 결 론
본 연구는 강원도 고랭지 지역을 대상으로 고랭지 배추의 재배 전과정(cradle-to-gate)에 대한 정량적 전과정평가(LCA)를 수행하고, 기능 단위로서 개수(1포기) 기준의 탄소배출량을 산정하였다. 실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1포기당 평균 탄소배출량은 0.9331 kg CO2-eq로 나타났으며, 주요 배출원은 전력 기반 관개 시스템, 질소계 비료 사용, 포장자재 등이었다. 특히 ISO 14067(2018) 기준에 따라 개수, 무게, 가격 단위별 배출량을 함께 분석함으로써, 기능 단위의 다양화가 탄소정보의 전달력과 활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저탄소농산물 인증제도의 정량적 기준 개선과 소비자 전달 체계 고도화를 위한 실증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편, 본 연구는 특정 지역과 시기의 단일 시험포를 대상으로 수행된 바, 결과 해석과 일반화에 있어 다음과 같은 유의점과 향후 보완 과제를 동반한다. 첫째, 기능 단위로 설정한 ‘1포기’는 무게, 활용성, 폐기율 등에 따라 실질적인 소비 단위와 괴리를 가질 수 있으며, 특히 1인 가구 확대와 소형 품종 선호가 확산됨에 따라 가식부 기준의 기능 단위 정교화가 요구된다. 둘째, 분석에 활용된 데이터는 2024년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의 단일 시험포에서 수집되었으며, 해당 연도는 이상고온과 병해충 밀도가 높아 관개 및 투입재 사용량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기상 조건과 지역·품종 변이를 반영한 다년간 반복 실증과 보정계수 도출이 필요하다. 셋째, 일부 작업 공정은 일반 농가와 상이하게 수행되었다. 예를 들어 멀칭 및 방제가 수작업으로 이루어져 기계 기반의 에너지 소비가 낮게 나타났으며, 이는 배출량 저감으로 해석되기보다는 노동 강도 및 경제성의 다른 측면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넷째, 폐기물 처리와 관련하여 국내 DB와 ecoinvent를 병행 적용하였으나, 육묘 생산, 기계 제작, 인력 이동, 퇴비화 간접배출 등 일부 항목은 시스템 경계 외로 설정되어 포함되지 않았다. 다섯째, 경제성 분석은 총매출액 대비 탄소배출량 간의 단순 비교에 머물렀으며, 노동비, 감가상각비, 고정비 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일부 기후변화 적응형 기술(예: 스프링쿨러, 특수 멀칭필름 등)은 병해충 저감과 생육 안정화에 효과적이었으나, 자재 및 에너지 투입 증가로 인해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기후 적응성과 탄소저감 효과 간의 trade-off가 존재함을 시사하며, 향후에는 양자 간 균형을 고려한 기술 적용 시나리오 분석과, 녹비작물 도입 등 이중 효과 전략의 정량적 평가가 요구된다.
본 연구는 LCA 방법론을 통해 기후 적응형 농업기술의 적용이 오히려 탄소배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량적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농업 부문의 탄소중립 전략 수립 시 기술 도입의 효과를 사전 검토하는 기반 도구로서의 LCA 활용 가능성을 입증하였다. 향후 연구에서는 유통·소비·폐기 단계까지 포함한 cradle-to-grave 확장 평가와 함께, 기능 단위 정교화, 비용-탄소 효율성 통합, 기술별 독립 평가모델 구축을 통해 현장 기반의 저탄소농업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는 저탄소농산물 인증제의 정밀도 제고와 더불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실질적 농업 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